“외상(trauma)”이란 교통사고, 추락, 폭행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말하며 주로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에게 많이 발생합니다. “중증외상환자(severe or major trauma patients)”란, 외상으로 주요 장기에 손상을 입거나 광범위한 신체 부위의 손상을 입어 출혈성 쇼크나 다발성 장기 기능부전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암, 심·뇌혈관 질환과 함께 외상은 우리나라 국민의 주요 3대 사망 원인이며, 심정지, 뇌졸중, 심근경색과 함께 응급실에서 사망하는 주요 4대 요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40대 이하 생산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사망 원인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다른 질환들에 비해 외상진료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아 2010년 이전까지 35%를 넘는 높은 예방가능외상사망률을 보였습니다.
“예방가능외상사망률(preventable trauma death rate)”이란,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곳으로 이송되어 적절한 처치를 받았더라면 예방이 가능했을 외상 사망자들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외상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의 노력이 아닌,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다학제적인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고현장에서부터 재활을 통한 사회복귀에 이르기까지 체계적확립(systematic establishment)을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한국 정부와 의료계는 열악한 국내 외상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부터 전국적으로 17개의 권역외상센터를 세우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마스터플랜을 세워 시행 중에 있습니다. 2020년 12월 현재 17개 모든 권역외상센터 사업대상자가 선정되었고 그 중 15개가 정식으로 개소하여 운영 중에 있습니다.
아주대학교병원은 2013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경기남부지역의 권역외상센터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었고, 3년여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6년 정식으로 권역외상센터를 개소하였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경기남부지역의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전담할 뿐만 아니라 국내 외상진료를 담당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지역외상진료체계 확립을 위해서도 노력해 왔습니다.
미국, 영국 및 일본 등의 선진화된 외상치료시스템을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 및 적용하여 체계적인 외상진료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중증외상환자 생존율 향상 및 국내 외상진료체계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가고 있습니다.
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중증외상환자 치료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보다 30년 이상 먼저 외상 시스템을 구축한 선진국의 상위 외상센터들에 견줄 만한 치료 성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개소 후 매년 시행되는 보건복지부 주관 전국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줄곧 가장 상위 등급을 받아왔으며 지난해부터는 2년 연속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경기도는 20% 미만의 예방가능외상사망률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이전보다 상당히 향상된 결과이며 전국 권역 중에서 상위에 위치한 성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아직도 10명 중 2명의 외상환자들이 살 수 있는데 죽어가고 있음을 기억하고 더욱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머지않아 예방가능외상사망률 “0%”를 보게 될 그 날을 기대합니다.